이런 영화를 왜 난 여지껏 보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달콤한 인생...이병헌 주연의 2005년도 작품이다.
2005년이라면 한창 회사일에 찌들어 있을 때니 뭐...극장은 갈 일이 없었겠군..
암튼 진짜 뜬금없이 이 영화가 생각났다.
뜬금없이 이유없이 생각나길 정말 잘했다. 너무 괜찮은 영화다.
김지운 감독의 작품은 알게 모르게 몇 작품 봤는데 장화.홍련 말고는 그다지 감독이 궁금할
정도의 영화는 없었다. 그러다가 근래에 대히트를 한 놈놈놈을 보고 김지운 감독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그의 4년전 작품을 보고 놈놈놈이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는 주인공 이병헌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옛 스승과 제자의 문답이 그 내용이다.
대략 조폭 비슷한 사람들 얘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독백의 내용과는 쉽게 연결지을 수 없었다.
암튼 독백이 금방 끝나고 영화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시작된다.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액션신. 이병헌의 액션이 놀라웠다.
예전에 올인에서 액션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사실 잘 몰랐는데 오늘 달콤한 인생에서 보니
이병헌의 액션은 제대로다. 아무래도 뭘 많이 배운듯 하다.
테이블 아래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선 적에게 뒤돌려차기를 하는데...스피드와 각도가 아주 제대로다.
게다가 왼발....왼발잡이일까....오른발잡이가 왼발로 그런 돌려차기를 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좌우지간 그 인상적인 액션신을 시작으로 주인공들이 모습을 들어내는데...놀랍다.
김뢰하, 김영철, 신민아, 황정민...이렇게 안정적인 캐스팅이 또 있을까...
영화의 묵직한 분위기에 자칫 신민아가 동동 뜰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런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누구하나 연기가 모자란 사람이 없으니 보는 내내 불편함이 전혀 없다.
오직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그 내용이란 것이 사실 별건 없다.
사장 김영철이 젊은 신민아를 좋아하는데 잠시 상해에 출장 나가는 3일간 김실장 이병헌에게 감시를 맡긴다.
여차하면 전화해라. 아니면 알아서 처리해라. 라는 명령을 남기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민아는 젊은 친구랑 정분이 났는데...이병헌이 알지만 결국 봐준다.
그 사이에 백사장이라는 놈과의 트러블이 좀 있었다.
사장이 돌아와서 그 사소한 일때문에 이병헌을 죽이려고 하는데...탈출하고
돌아와서 백사장 포함 싹 정리하는 내용.
쌩뚱맞게 에릭이 등장하여 마지막 이병헌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만 아니면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영화였다.
참 달콤한 영화였던 것이다.
독백으로 시작한 영화는 역시 이병헌의 독백으로 끝을 내는데...그 내용이 참...기가막히다.
역시 스승의 문답이 그 내용인데...달콤한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눈물을 흘린다는 제자의 이야기...
죽었던 이병헌이 바 창문 앞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다.
이런 젠장...정말 달콤하군...그제서야 왜 영화 제목이 어울리지 않게 달콤한 인생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아울러 왜 이병헌이 영웅본색 주윤발이맹키로 총을 그렇게 맞고 버틸 수 있었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다.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이 일하는 바의 이름을 la dolce vita 로 지었다. 바 이름도 달콤한 인생...
이는 마지막 이병헌이 김영철과 대치했을때 둘 사이에 새빨간 배경과 글자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센스쟁이...
영화를 마치고 처음에 나왔던 독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보며 제자가 묻는다.
'스승님...저기 저 버드나무 말입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걸까요..버드나무가 움직이는 걸까요..'
'버드나무도 바람도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일뿐..'
무슨 개 선문답이냐...싶었지만 영화와 연관이 없을 수는 없다.
'신민아도 이병헌도 흔들리지 않았다...다만 김영철의 마음만 흔들릴뿐...' 이 맞는 해석일까?
'review & preview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죄/스릴러] 트랩 (The flock, 2009) - 실종된 여자아이를 찾아라...연방보안국 요원 VS 싸이코 살인마 (2) | 2009.02.02 |
---|---|
[한국영화] 수 (2007) - 하드보일드 액션 느와르? (2) | 2009.01.28 |
[미국/SF 액션] 아이언맨(Iron Man, 2008) - 배트맨 이후 새로운 순수 인간 히어로 탄생 (0) | 2009.01.16 |
[홍콩/액션] 쌍자신투(雙子神偸,twins mission, 2007) - 홍금보와 오경, 그리고 쌍둥이 액션! (0) | 2009.01.15 |
[일본영화] 소림소녀(Shaolin Girl, 2008) - 소림축구가 일본에서 다시 태어났다. 형편없이... (0) | 2009.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