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ents2008. 3. 20. 16:20


2003년 5월.
신입사원 그룹연수를 마치고 2주간의 전자연수에 돌입했다.
눈 붙일새도 없이 타이트한 그룹연수 끝에 달콤한 휴식같은 전자연수였다.
저녁이면 우리방에 팀원들이 모여 마티아 게임도 하고..눈치게임도 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전자연수가 끝날무렵 춤출사람을 뽑았다.
몇 차수가 모여 휘닉스파크에서 행사를 하는데
각 차수마다 댄스팀 경연을 한다고 했다.
우리 D팀 후반기 팀장이었던 운상이가 나를 추천해서
영문도 모른채 그냥 멤버가 되었다.
여자 5명 남자 5명이 선발되었고 그 중에 여자 한명이
대학 다닐때 댄스 동아리였던가 그래서 자기가 공연했던
안무를 하기로 했다.
여자 안무는 그 친구가 아니까 모여서 연습들을 했다.
남자들은 잭슨춤 춘다는 것은 알았는데 뭐 연습할 것도 없고..
그냥 여자동기들 춤추는거 구경이나 하다가..뭐..그랬다. ㅎㅎ
전자연수가 끝나고 너닷새정도의 휴식이 있었는데
둘째날 그 여자동기 학교에 모였다. 한양대였나...
동아리 후배에게 잭슨안무를 배웠다.
그리고 내가 잭슨이 되었다. 내가 제일 잘추나보다. -_-
두어시간 배운 후에 동영상 촬영본을 받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후 각자 개인 연습하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흰색 셔츠에 흰장갑이지만
난 잭슨이라서 빨간색 셔츠에 빨간색 장갑을 꼈다.
공연을 하던날.....
가수들이 왜 무대를 그리워 하는지..무대에서의 환희가 어떤것인지..조금은 알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함성속에 퇴장을 하고 밀려오는 허탈함이란...
우리팀이 1등상을 타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난 찍지 못했다.(1등 한거 맞겠지..ㅡ.-a)
모두들 "잭슨 나와라~~" 하고 외쳤다는데 나는 듣지도 못하고 허탈함에 늘어져 있었다.
그날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참 후회막급이다.
그날 공연모습을 비달이 소니 디카로 촬영을 해 주었다.
참고로....바닥이 카펫재질이라...문워커 하는데 발이 안미끄러져서 혼났다. -_-

돌이켜보면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가 아마 연수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나를 정말 능력있고 멋진 남자로 보아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 날 잭슨공연은 내 인생을 한번 비틀어 주었다.
배치 면담을 하기 전 하계수련대회 멤버가 필요하니 끼있는 사람들은 추천하라는
인사과의 말이 있자 얼굴도 모르는 여자동기들이 스르륵 나에게 와서 슬쩍 이름표를
보고 갔다.
내가 아는 친한 동기들에게는 절대로 나를 추천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바로 차출되어 배치도 받지 못하고 또 합숙을 떠났다.
하계수련대회가 끝나고 배치 받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구미 배치를 받았다.
그날 잭슨 공연만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수원에서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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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르스리